[창작과 비평 가을호, 책머리에]
2020.4.15일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는 21대 총선이 치러졌다.나는 마스크를 쓰고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지정된 주민센터로 향했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궂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주민센터 주차장까지 줄을 서 있었다. 늘어진 행렬을 보며 울컥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그 날들이 떠올랐다. 총선 당일, 경합인 곳이 많아서 새벽까지 투표방송을 보다가 출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일어나자마자 결과를 확인했다. 비례까지 합한 미래 통합당 103석. 그것만 보였다. 총선 다음 날부터 더불어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일로 온갖 미디어가 들썩였다. 책머리에 나오는 소선거구제의 문제점도 충분히 이해한다. 바꾸어 나가야 하는 선거제도이다. 그러나 바뀌지 않은 선거제도에서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역동하는 시기에 심판의 의미로 민주당에 투표한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통합당은 103석을 가져갔다. 나는 그들이 우리가 청산하길 바라며 나갔던 진짜 적폐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과반의석을 넘은 여당과 정부보다 그들의 소리가 심심찮게 미디어를 뚫고 나온다. ‘촛불 권력’이라는촛불권력’ 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할까? 지금 우리가 겨냥해야 할 것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 인가.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굳건한 친일, 독재, 기득권의 세력인가. 권력에 대한 견제는 중요하다. 허나 적폐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시점에 우리가 어디에 더 무게감을 두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8.15이후 코로나의 확산세가 전국에 퍼져 추석이 다가오는 가을이 왔음에도 풍성한 한가위라는 보내라는 인사보다 모두 무사히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다는 안부 인사를 전한다. 올 가을 무사히 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읽으며 보내려 한다. 가장 기대되는 글은 리베카 솔닛의 ‘팬데믹과 마스크 쓰지 않는 남자들’이다. 코로나의 확산세가 심상찮을 때도 우리 아버지는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 고집을 부렸다. 결국 지금은 마지못해 쓰고 다니시지만 어머니와 마스크로 끊임없이 실랑이를 하는 아버지를 보며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냥 하면 되는데 왜 고집을 부릴까. 뭔가 알 것 같은데 정리되지 않는 그 현상의 이유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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