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된 것은 환경문제와 경제문제였다. 특히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우리는 현재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것에 기대어 망쳐져 가던 것들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1년에 한 번 해외로 휴가를 가야 하고, 코로나 19로 해외를 가지 못하게 되니 제주도라도 가야 하고 지방이라도 가야 하는 그 일상은 언제부터 정해진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을까? 코로나 19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두렵지만 해야만 하는 일상은 무엇인가? 위험을 경고한 상황 속에서도 교회를 가고 클럽을 가고 목욕탕을 가고 제주도로 떠나고 강원도로 떠나고 전라도로 떠나는 건 어떤 의미인가?
나는 제주도에 내려온 지 1년 6개월이 되었다. 제주도에 내려오고 1년이 좀 안되었을 때부터 코로나 19의 공포가 찾아왔는데 특히 근무하는 곳이 중국인 여행객들과 바로 마주하는 곳이어서 더 두려웠다. 2월 즈음 본사에서 마스크 지원을 시작했고 손소독제와 청소용 알코올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생생히 기억난다. 우한발 코로나 19 초반에는 제주도는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어서 우리는 전염병의 최전선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철저히 방역했고 한 명도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제주도내에서도 우리 근무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난 후 전세가 역전되어 제주도는 청정지역이라면 국내 관광객들이 넘쳐나게 된 현상이었다. 청정지역이라는 의미 속에 제주도민들이 육지 사람들이 제주도를 활보하고 다닐 때의 두려움은 포함되지 않았다. 제주도의 대부분의 확진자는 여행객이거나 육지에 다녀온 제주도민이었다. 그들의 동선 또한 여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관광지와 사람 많은 곳을 방문한 흔적이었다. 여행을 하고 맛있는 걸 먹는 삶이 인간다운 삶일까? 우리는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며 살고 있는 걸까. 다른 이들의 두려움은 뒤로한 채 나의 욕구 충족을 위해 여행하는 삶이 진정 인간다운 삶일까? 안다. 경제활동이 멈추면 안 되기에 최대한 조심하여 지역경제를 위해 소비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나만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하지는 않았나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가끔 SNS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곳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2.5단계까지 간 상황에서도 여행을 가고 캠핑을 하고 마스크를 벗은 채 글을 올린다. 그니까 우리가 돌아가고자 하는 일상은 제대로 된 일상이 맞을까?
가을호 '특집' 부분을 읽으며 코로나 19를 겪으며 느꼈던 감정이 섬세하게 구분되었다.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의 끝은 어디일까. 동시에 인간다움을 영위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는 회사에 9시간 이상 묶여있을 필요 없이 조금 더 자유롭고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었고 소비적인 활동이 아닌 생산적인 활동 또한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조금 경제적으로 그 전보다 덜 번다해도 삶의 만족감은 높아질 수도 있었다는 것을 체험했다. 또한 노동력에 대한 인식개선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가성비를 따지며 더 값싼 제품을 사듯이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은연중에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대체품으로 교체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도 나이가 들면, 성별이 여자이면, 학벌이 좋지 않으면, 뚜렷한 성과가 없으면 밀려나는 것이 당연한 듯 아닌 척하는 사회였다. 그런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맞을까?
올해 유독 우리나라는 유래 없는 긴장마를 겪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관광객들이 현저히 줄어들자 자연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던 생물들이 다시 나타나고 식물들이 자라났다. 인간들은 대체 어떤 일상을 살고 있던 걸까? 인간들이 코로나 19라는 것을 맞닥드리며 꿈꾸는 과거의 일상이라는 것이 과연 정말 돌아가야 할 일상이 맞을지에 대한 우리 스스로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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