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나의 개인적인 삶에도 생태 위기에 대한 경각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올 4월 정도부터 옷과 가방, 신발을 일절 구매하지 않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하지만 최대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대신 실과 코바늘을 사서 직접 가방 같은 필요한 소품들을 만들었다. 7월 즈음 ‘잡식 가족의 딜레마’라는 독립영화를 본 후로 경각심이 더 강해져 배달음식과 고기의 섭취를 이전보다 줄였다. 코로나 19로 직장이 휴업을 시작한 후 6월 말부터 3주 정도 부모님 댁에 다녀온 뒤로는 계속 제주도 집에만 있어서 답답하기도 했지만 거의 매일 직접 요리를 해 먹으니 내가 끓이는 된장찌개가 점점 맛있어져서 즐거웠다.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를 자주 갔었는데 요즘은 내가 직접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니 그 과정이 그냥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것과 다르게 재미도 있고 맛도 좋았다. 그리고 사두고 읽지 못했던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 행복했다. 소비의 기쁨보다 생산의 기쁨을 누리고자 노력한 시간이었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의 인터뷰 내용을 적은 이 책은 각계의 전문가들이 코로나 19 이후 인류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무한한 욕망을 추구했던 코로나 19 이전 사회를 이제는 경쟁이 아닌 공존의 시대로 수정해야 한다. 현시대의 욕망에 뒤덮여 무시되었던 것이지 이러한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제시되고 있었다. 철학과 인문학이 무시되고 돈의 가치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무서운 사회였다. 언제 도태될까 두려워 인정 욕구는 더 심해지고 궁극적인 나의 삶의 행복보다 타인이 보는 나의 행복의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가야 하고 코로나 19로 온 지구가 들썩여도 휴가철이 되면 국내여행이라도 가야 하는 문명은 현대의 문명뿐이라 한다. 소비와 비교를 조장하는 미디어와 광고, SNS에 노출되어 내가 하는 것이 정말로 좋아해서 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전시하기 위한 욕망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무한한 욕망의 추구가 지속된다면 바이러스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생태 위기를 우리는 절대 극복할 수 없다.
우리는 코로나 19 이전의 사회로 돌아갈 수 없다.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푸념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가짜 뉴스에 휘둘리고 과거의 나의 욕망에 점철되는 것보다 나에게 알맞은 충족이 무엇인지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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