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0.09.07 다른 사람의 인생을 표절하지 않는 삶
  2. 2020.09.07 착함의 굴레

 

 서점에 갔다. 진열된 책들을 보며 나는 잠시 다른 사람의 인생의 표절을 꿈꾸었다. 내 인생은 반지하에 갇혀  반틈 사이로도 햇빛이 보일락 말락 하는데  수많은 책에 담긴 사람들은 벌레도 올라가기 버거운, 습도도 느껴지지 않는 건조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지상 11층에 사는  같았다. 괜한 열등감이 차올라 처참한 기분이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태연히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인생을 골라 이리저리 들춰보았다. 20대에는 그런 책들을 보면 삶에 대한 열정과 야망이 꿈틀거렸다. 30대가 되니 그런 책들을 보면 세상이 얄궂게 느껴졌다. 나도 열심히 살았는데  인생만 구질구질해 보였다. 음성 없는 문자로 난도질당한 나는 아무런 책도 사지 않고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나다움을 강요받는 사회 분위기 속에 오히려 나는 나를 잃어간다. 자꾸만 나의 인생을 설명하고 정의 내리고 싶어 진다. 나라는 존재를   자극적이고 효과적으로 타인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도태될  같은 두려움이 든다. 하지만 선명하게 나를 알아가려고 할수록 나는 점점 희미해진다.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렇게 세상의 거친 파도에 떠밀려 작은 배를 타고 제주도에 왔다. 이상한  희미해져 지워버리려 노력할수록 짙어지는 지난 기억 속의 나로 인해 때때로 울음이 터진다는 것이다.  모든 감정이 시들어 버린  알았는데 최근에 감사함과 행복, 슬픔과 분노를 느낄 , 파릇파릇 새순 같은 감정이 살아났다. 어느덧 제주도에   1 , 삶이 막막해  죽고 싶던 나는 처음으로 살고 싶어 졌다. 

 

 예전에는 현실적이고 염세적인 것들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클래식을 들어도 단조 음악이 훨씬 더 끌렸고 대중가요도 가슴을 후벼 파는 선율과 가사를 더 좋아했다. 책이나 영화를 볼 때도 주인공에게 진흙탕 같은 인생의 서사를 녹여낸 것들을 보며 감정 이입하곤 했다. 그렇게 일부러 나는 나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죽고 싶었던 날들이 가득했었기에 거침없이 고통을 선택했다. 내가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을 느끼면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전혀 관심 없던 동화 같은 기승전결의 해피엔딩이나 판타지를 다룬 영화나 소설을 본다. 꼭 행복을 꿈꾸는 것처럼. 그래서 다시 깨달았다. 나는 이제 숨 막히는 죽음을 갈구하지 않고 진부한 영화의 주인공처럼 해피엔딩으로 살고 싶어 졌다는 것을. 눈물이 났다. 살고 싶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Posted by soso_Lee :

 

 나의 삶의 주인공이 나 자신이듯 타인의 삶의 주인공은 그 자신이다. 다른 이를 무시하고 세상의 주인공인양 굴기 시작하는 순간.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고 단순한 이 원리를 삶의 곳곳에서 순간순간 침범당한다.  

 

 

 

“너는 생각보다 착하지 않구나” 

 

나를 향한 힐난..

 

 맹세코 나는 그들에게 누누이 말했다. 그들이 “너는 정말 착한 것 같아!”라고 할 때마다 거듭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착하지 않다고. 그렇게 자기들 마음대로 나를 평가하더니 또 마음대로 혼자 기분이 상해서 상처 받으라는 투로 흘기며 나에게 말한다. “너는 생각보다 착하지 않구나." 그들은 대부분 나를 아래로 두고 나를 휘두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원한 건 착하고 선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말에 복종하고 휘둘리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관계에서 권력의 우위를 차지하고 싶어 했다. 그들이 숨기고 있던 본색을 천천히 드러내며 나를 조종하려 들지만 뜻대로 내 위에 군림하지 못할 때 점점 공격적으로 나를 대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건드는 부분은 시대를 역행하는 치졸하고 유치한 것들인데, 가령 민주주의와 동등함을 내세우며 유지하던 관계에서 갑자기 본인들의 나이와 학벌을 내세우며 나를 가르치려 들거나 요구하지도 않은 조언을 해대거나 삼삼오오 패거리를 만들어 나를 소외시키는 것들이었다. 아쉽게도 나는 학교 안에 갇혀 친구들 간의 관계가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이었던 학생 신분이 아니기에 그들의 그러한 공격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주인공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진적 마인드를 가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나를 보며 더 화가 나서 나의 험담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당장의 불편함을 모면하고자 피해의식과 열등감, 또 이상한 권위주의로 버무려져 있는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더 피로하다.

 

 살다 보면 세상이 손에 잡히는 지구본처럼 작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수록 인공위성으로 지구를 바라보듯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지구본과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하다. 지구 안에 현존하는 인구는 더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나를 힐난하는 그들의 존재는 먼지 같은 사람들이다. 오늘도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내 인생에서 그들을 털어내며 묵묵히 나의 길을 간다. 

Posted by soso_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