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오른쪽 귀 안에 물이 찬 느낌이 들면서 두통이 심해졌다. 하루 이틀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점점 증세가 심해져 오른쪽 귀에 물을 머금고 있는 듯한 먹먹함이 들었다. 잠을 설칠 만큼 상태가 안 좋아져서 오늘 근처 이비인후과에 갔다. 그냥 귓속만 봤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서 청력검사와 CT촬영을 추가로 진행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검사 결과를 내 눈으로 봐도 깨끗하고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왜 아픈 걸까? 나의 양쪽 달팽이관 상태와 귓속 염증 유무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던 의사 선생님은 모든 검사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픈 이유가 과로, 피로 누적,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4개월째 휴직 중이라 집에서 쉬고 있는데 과로라니 아찔해졌다.
얼마 전 슬리퍼를 신고 집 앞 마트에 다녀오다 집으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넘어져 오른쪽 무릎이 깨지고 멍이 들었다. 그래도 요가 갈 시간이 되어서 연고를 대충 바르고 요가원에 갔다. 무릎이 아팠다. 요가를 하다 보면 무릎을 자연스럽게 쓰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하고 참았다. 집에 와서 보니 멍이 오백 원짜리 보다 조금 커졌다. 그래도 괜찮겠지 하며 다음날 또 요가원에 다녀왔다. 멍이 주먹만큼 커졌다. 왠지 이런 것들이 피로 누적에 한몫한 것 같아서 오늘은 요가원에 가지 않았다.
요즘 피곤해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냥 시간 때우듯 침대에 누워 억지로 조금이라도 잠을 자고 해가 뜨면 잔뜩 무거워진 몸을 일으키며 하루를 시작했다. ‘시작’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시작이었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셔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가슴 중앙이 뻐근해지고 깊은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나의 모든 신체 에너지가 고갈되고 간신히 몸의 형태만 유지하고 있었다.
병원에 다녀온 후 먹먹함이 가시지 않은 오른쪽 귀와 주먹만 한 멍을 단 오른쪽 무릎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마음이 이상해졌다. 나를 파괴하는 내가 괴롭고 슬퍼졌다. 잠을 자고 싶다.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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