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억을 떠올리는 일은 혼자보다 둘일 때 더 즐겁다. 그 시절 함께 걸으며 맡던 공기의 냄새, 온몸이 타들어 갈 것 같았던 햇빛의 세기, 별이 쏟아질 것 같이 가득 찬 밤하늘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현재의 고민을 뒤로한 채 끊임없이 조잘조잘 함께 공유했던 그 공간에서 벌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주어가며 그때의 우리는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사람이었음을 깨닫는다. 스쳐 지나가듯 보낸 오늘도 10년 후의 내가 추억했을 때 너무나 행복한 순간일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고민의 방향을 잡기에 훨씬 수월해졌다. 나는 제주에 더 머무르기로 했다. 글을 쓰며 살기 더 좋은 환경이고, 돈에 연연하는 삶을 살지 않기로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수많은 과거의 데이터로 만들어진 지금의 나는 지금 여기 머무르라 답을 해주었다. 그동안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더 크게 듣게 해서 나에게 미안해졌다. 너무 많은 것에 의미를 두며 사는 것보다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의외로 단순하고 별거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인데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며 산 것은 아닌지 내일 바다에게 물어봐야겠다. 언제나 나를 나를 품어주는 광활한 제주의 바다. 위로의 공간. 내가 좋아하는 깊은 남색에 거친 파도소리를 가진 서귀포 바다에게.
'기억보다 선명한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이 닫히다 [:다치다] (0) | 2020.10.09 |
---|---|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0) | 2020.10.07 |
무제 (0) | 2020.10.04 |
꺼낼 타이밍을 놓친 달콤한 팝콘은 쓰레기통으로 (0) | 2020.10.03 |
한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자 (0) | 2020.10.02 |